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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가쿠다 마쓰요

계밥도문화지 2016. 8. 22. 01:09
[주의] 독후감 형식으로 쓰는 것이라서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 읽은지는 꽤 되었지만, 그래도 기록을 남기고자 늦게나마 올려봅니다. 육군 현역 시절에 광화문 교보문고 가서 보고 싶은 책들 리스트 적어둔 것들 중 하나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습니다. 가쿠다 마쓰요의 [종이달]. 나중에 찾아보니 일본에선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도 나와있던 작품이네요.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많고 명작이라서 그런거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본주의로 인해 변해버린 인간의 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가져온 짤인데 생각해보니 유용하겠군요. 출처. 레진코믹스 진돌만화)

평범한 주부였고, 은행의 계약직 사원이던 리카는 거액의 횡령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원래 돈에 대해선 욕심이 없고 소박하게 살았으며, 주변의 지인들(사실 지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에게도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하게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대학교로 진학을 하여 좋은 남편 만나 결혼 잘해서 내조 잘하는 일등 아내였습니다.

내조 열심히 하는 것도 한순간, 남편이 출근하고 난 평일은 조금 지루함을 느꼈는지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시간제 직장(흔히 말하는 알바)을 알아보고 은행에 취직을 하게 됩니다. 본인이 직접 일을 하면서, 그리고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인상을 통해 고객들의 신임을 얻으면서 동시에 직장에서도 상사한테 인정받으면서 일을 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됩니다. 리카가 자신의 월급으로 남편 마사후미를 데리고 외식을 나갑니다. 그동안 남편의 월급으로 먹고 살다가 본인이 벌은 돈으로 남편을 사준다는 것에 굉장히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마사후미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심지어는 리카가 굳이 안 그래도 본인이 번 돈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뉘앙스의 이야기까지 합니다. 마치 본인이 돈을 못내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의미로 비치게 되죠. 리카 또한 이 말에 상처를 받게 되지요. 분명 그런 의중으로 외식을 나온 것이 아닌데... 뭔가 인정(혹은 사랑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받지 못한 듯한 느낌을 받는거죠.

그러다가 본인의 고객 중 한 명인 이노우에씨의 손자 고타를 만나게 됩니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이 남자가 리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고타 히라바야시는 영화를 본인의 업으로 삼고 싶어 학교 동아리에서 독립영화를 만들고 이를 인정받아 영화계로 진출하고 싶은 청년입니다. 본래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고타와 같이 지내다보니 마사후미한테서 받지 못했던 애정의 결핍을 점점 고타한테서 찾게 됩니다. 이는 심지어 학자금 대출(과 그 이외에 채무)을 갚아주고자 은행의 돈에 손까지 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리카는 고타의 소위 말하는 스폰서가 되줍니다. 밥 사주는 건 물론, 본인이 고타와 같이 다닐만한 가치가 있어야함을 느끼면서  화장품과 옷들을 (무분별하리만큼) 구매하고, 심지어 황금연휴 기간에는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을 잡아 고타와 함께 지내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그 댓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횡령한 금액과 소액대출(여기선 소비자금융이라고 나옵니다)에 대한 채무으로 돌아오고, 고타는 그녀의 집착이 무서워, 그리고 그녀를 감당하기 힘들어 동년배의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그녀를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횡령혐의를 안고 동남아로 망명을 떠나게 됩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한 것은 왜 리카는 그토록 고타에게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후원을 해주었을까 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순 없겠죠. 그러나 그 돈이 한 사람의 자존감, 존재감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지름신이 오고, 그것을 구매해서 POS기에서 영수증이 나오는 그 장면, 혹은 온라인에서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구매완료 화면을 보는 그 순간. 아무리 본인이 돈이 쪼들리는 상황이어서 구매하기전 고민하고 전전긍긍했더라도 그 때의 희열을 통해서 본인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 느껴봤을거라 생각합니다. 리카 또한 마찬가지로 본인이 마사후미한테 밥을 사줬다고 해도 인정을 해주지 않는 점에서 본인의 자존감이 낮아졌고, 이 낮아진 자존감을 마침 고타를 재정적으로 후원해주면서 다시 찾게 되었다고 봅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잠시 사전조사를 해봤는데 대부분 리카의 이야기만 나오지만, 소설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리카의 고등학교 동창인 가즈키는 낭비벽이 심한 마키코와 결혼해 두 아이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마키코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기에 돈에 대한 씀씀이의 정도가 달랐습니다. 밥은 고급재료들만 이용해서 해주고, 학교는 사립학교 보내고, 비싼 과외도 시키고 하는, 그런 정도입니다. 이렇게 본인아 누렸던 만큼 아이들도 똑같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현실은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때문에 매번 가즈키한테 푸념만 늘어놓습니다. 그랬더니 어느날 가즈키는 마키코가 어느 날부턴가 푸념이 사라지고 행동력이 급상승했는데, 알고보니 마키코가 소비자금융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을 발견합니다. 결국 가즈키는 마키코한테 이혼을 제안하게 됩니다.

주조 아키 또한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다가 낭비벽이 심해져 이혼을 하게 되고, 본인의 딸 사오리에 대한 친권까지 빼앗기게 됩니다. 그래도 일정기간을 두고 찾아갈 수 있었지만, 본인 입에 풀칠하기 바빠서 몇 년 동안은 못 가다가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딸인 만큼 먹고 싶은거 먹고, 갖고 싶은거 사주고하면서 호감을 얻게되죠. 처음에 아키에게는 사오리가 본인을 친구처럼 대해주고 마음을 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사오리가 본인이 필요할 때만, 가령 갖고 싶은 것이 있지만, 아빠가 안 사줄때 본인을 찾는다는 것에서 실의에 빠집니다.

부모마음은 다 똑같겠지만, 한 편으론 안타까운 대목들이었습니다. 마키코의 경우에는 그릇된 모성애랄까요. 본인의 존재감을 아이를 키워가면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했던 만큼 아이들에게 해줌으로서 찾아가는 아이러니, 그리고 아키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돈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상황. 그것은 결국 금전적인 문제로 귀결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이래저래 우리는 심지어 컨텐츠를 공짜로 소비하기 위해 광고까지 봐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면 우리는 최소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치(문화생활, 먹는 수준, 입는 수준 등)가 높아졌고, 그만큼 돈을 써야할 곳이 더 많아졌습니다. 더군다나 경제 불황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데도  오히려 돈을 소비함으로서 본인들의 존재감을 찾는 아이러니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치 돈은 써야 제맛이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P.S. 에버노트 불러오기 플러그인 진짜 못 쓰겠네요..... 문단 태그를 왜 못하는지.... 쓰고 있는 앱이 에버노트 밖에 지원 안해서 아직까지 쓰고 있지만.... 진짜 버리고 싶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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